몇 명의 부부와 부부모임을 가지고 있었던 중 생긴 일화이다. 그 중 한 부부의 아내가 약간 침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결혼 후 19년 동안 한 번도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어요. 그런 말 한번 들으면 죽어도 소원이 없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한 아내의 남편에게 아내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왜 제 아내를 사랑 안 하겠어요. 그런데 말로 표현하기가 왠지... 한 번도 안 해 본 거라 굳이 말로 해야 하나요?”라고 대답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아내를 향해 사랑한다는 말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남편은 쑥스러워하며 머리만 긁적이며 좀처럼 입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끝내 말하지 못했다.
다른 부부의 아내가 말했다. “제 남편은 출근할 때 꼭 ‘사랑해’라고 말하며 포옹을 해 주지요. 정말 저는 행복한 여자예요. 남편은 언제나 ‘사랑해, 고마워’라는 말을 잘 해요. 저는 아무 불만이 없어요. 친구들 모임에 가거나 시댁에 가서도 저를 항상 배려해주고 존중해 주는 말을 해요. 한 번도 저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없어요. 저는 정말 축복받은 것 같아요.” 이 아내의 남편을 보니 사람 좋은 미소를 얼굴 가득 머금고 얘기하고 있는 자기 아내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또 다른 부부의 아내가 말했다. “저는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얻어내기 위해서 온갖 아양을 다 떨어요. 호호호. 남편이 워낙 무뚝뚝해서 그렇게 안 하면 평생 못들을 거예요. 때로는 치사한 생각도 들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남편의 관심을 끌고 사랑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아내의 남편은 그 무뚝뚝한 표정을 애써 감추려고 했으나 어색한 미소를 깨물고 멋쩍어하며 몸을 비스듬히 기울인 채 책상 모서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또 다른 부부의 아내가 말했다. “제 남편은 집안일을 잘 도와줘요. 애들이 어릴 때는 기저귀도 갈아주고 청소도 해주고. 그래서 다른 불만은 없어요. 그런데 말로 표현은 잘 안해 줘요. 다른 남편들처럼 가끔 사랑의 표현을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내들은 정말이지 남편의 사랑의 표현을 먹고 사는 것 같아요.”
그 남편에게 왜 표현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제 아내는 제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텐데요, 뭘. 꼭 말로 안해도, 집안일 해주고 아이들 돌봐주는 것으로 저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열 명의 부부에게 물어보면 사랑의 표현을 하고 사는 부부는 한 부부 정도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남편들은 아내에게 사랑을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젊은 세대의 부부들은 좀 다르겠지만 특히 중년의 부부들은 그들이 살아 온 관습과 부모님의 결혼생활을 그대로 답습하여 서로 상대방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어색해 한다.
아내들은 한 가정의 리더인 남편에게 의존하게 되고 남편의 말과 행동을 통한 사랑의 표현을 기대하게 된다. 오랫동안 그런 표현을 하지 않고 살아 왔다면 당장 실천에 옮기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사랑해’라는 짧은 한 마디에 아내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해지고, 그런 아내를 보면 남편도 덩달아 행복해질 것이다.
남편의 사랑을 받은 아내의 얼굴은 40대 이후에는 확연히 달라진다. 40대가 넘어서도 얼굴이 환하게 빛나고 웃음이 가득하다면 그 남편은 틀림없이 아내에게 사랑을 잘 표현하는 존경스러운 사람일 것이다. 남편들이여,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세상에서 다시 없는 소중한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해 보라. 한 번 두 번 하다 보면 점점 어색함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행복한 가정이 되는 지름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강선영 목사 (안양제일교회 상담목사, 온누리가정상담연구원 원장)
[출처: 크리스천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