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6-17 18:58
[가정&육아] 육아도우미는 상전?
 글쓴이 : 신가회
조회 : 2,869  
“이모, 이번 설선물은 뭘로 드릴까요. 기왕이면 필요한 걸로 말씀해주세요. 참, 식탁 위에 비타민제 사다놓은 게 있는데 저희랑 함께 드세요. 이모, 할인점에 가는데 무슨 반찬 드시고 싶으세요?.” <BR><BR>5살 재훈이와 3살 예원이 엄마 신정민(35)씨는 요즘 (아이가 이모라고 부르는) 입주 육아도우미 천아무개(55)씨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 4년간 무려 6명의 입주 도우미를 거쳤지만, 모처럼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어떨 땐 아이가 나보다 이모를 더 잘따르는 게 아닌가 싶어 ‘질투’가 날 정도고, 때때로 집안 일도 소리없이 잘 도와주신다. ‘이모’의 존재를 늘 불편해했던 남편도 요즘엔 표정이 확 폈다. <BR><BR><BR>도우미 시장은 전쟁터, 젊은 부모들은 ‘채용불안’ 시달려 <BR><BR><BR>하지만 불행하게도 신씨처럼 ‘흡족한’ 육아도우미와 함께 지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신씨 역시 “그동안의 육아도우미 때문에 겪어야했던 마음 고생은 책으로 써도 한 권은 될 것”이라고 했다. 사적인 영역에서만 운영되는 도우미 제도의 특성상, 끊임없는 분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육아 도우미 시장은 좀 더 나은 사람을 구하려는 부모와, 좀 더 나은 조건을 구하려는 도우미들이 서로 뒤엉키는 ‘전쟁터’다. 나이가 많은 도우미들이 고용이 불안에 시달린다면, 비교적 젊은 부모들은 ‘채용불안’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부모들이 느끼는 불안을 유형별로 분리해보면 다음 3가지 형태가 가장 많다. <BR><BR><BR>청천벽력형·패권다툼형·자유‘방임’형…도우미 자주 바꿀 수 없는 부모의 ‘아킬레스건’ <BR><BR><BR>청천벽력형= 반진옥(33)씨는 지난 12월 도우미한테서 갑자기 ‘그만두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반씨는 “아이가 또 새로운 사람에게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면서 “연말이라 회사 일이 바빴지만,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냈다”고 했다. 반씨는 1주일 동안 아이 보면서 면접을 7번이나 봤고, 연말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제대로 기억이 없을 정도로 ‘악몽’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BR><BR>패권다툼형=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모는 임금인상이나 처우개선 등 갖은 혜택을 내세워 그만두겠다는 도우미를 붙잡는다. 거꾸로 도우미가 그만두는 것을 구실로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경우도 많다. 고용하는 사람이 맘에 들지 않아도, 아이가 낯을 익혀놓은 사람은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육아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고용 중인 입주 도우미가 6개월째인 한아무개(33)씨는 “최근 도우미가 아이를 데리고 개인적인 일로 외출하는 일이 많아졌는데도 제대로 말을 못한다”면서 “그래도 아이가 잘 따르는 것 같아, 시어머니 한 분을 모시는 기분으로 산다”고 말했다. <BR><BR>자유‘방임’형= 육아관련 사이트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육아 도우미의 이런 행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가 자고 있는 동안 은행에 다녀오는 도우미를 그냥 유지해야 하는지, 낮에 집에 들렀더니 도우미는 졸고 있고 아이는 유선방송 티브이 앞에서 혼자 놀고 있더라는 식의 하소연이다. <BR><BR># 회사원 이아무개씨 ‘탁아모’ 경험담 <BR><BR>#1. 복직을 하게 되었어요(출근 한달 전) <BR><BR>우리 아기(13개월)는 태어난 뒤 한 번도 내 손을 떠난 적이 없었다. 입주 탁아모와 출퇴근 탁아모, 위탁 탁아가정, 놀이방 등을 고려했지만, 며칠동안 장고 끝에 입주 탁아모를 선택하기로 했다. 경제적 부담은 크지만 새로 일을 시작하는 나에게 우선 편할 것 같았고, 아기에게도 환경변화가 가장 적은 방법이었다. <BR><BR><BR>#2. 아빠의 불만 ‘나 집에 안들어 올거야’(출근 보름 전) <BR><BR>하지만 입주탁아모를 구하려고 하니, 막막했다. 여기저기 인터넷을 찾아보았지만, 어디서 어떤 사람을 어떤 조건으로 어떤 가격에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아기 아빠는 좁은 우리 집에 낮선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걸 몹시 싫어하는 눈치이다. ‘화장실도 하나인데...’(남편에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또 ‘속옷 바람으로 돌아다닐 수도 없고...’ 등. 낯선 아줌마가 있으면 집에 늦게 들어오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아기보다 남편 달래느라 더 힘들었다. <BR><BR><BR>#3. 입주탁아모 구하기(출근 일주일 전) <BR><BR>이틀 내내 인터넷을 뒤졌다. 눈이 뻑뻑하다. 낮시간 동안 아기보고 저녁 12시 이후에야(우리 아기는 밤 12시에 잔다) 인터넷을 볼 수 있다. 요즘 내가 잠자는 시간은 새벽 4시 이후. 일어나는 시간은 아침 아홉시.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고 싶다. 드디어 광고를 올렸다. 곧바로 빗발치는 전화, 전화, 전화! 두 시간 간격으로 면접약속을 잡았다. 오늘 약속한 사람은 모두 다섯명. 면접을 마치고 밤새 고민 또 고민을 했다. <BR><BR><BR>#4. 첫 번째 입주탁아모와 이틀을 보내다. <BR><BR>드디어 입주탁아모가 오셨다. 얏호다. 이모(이아무개씨)는 오자마자 온 집안을 뒤집었다. 어쩜 그리 손이 빠른지. 후다닥 하면서 베란다, 욕실, 유리창까지 순식간에 다 깨끗하게 청소했다. 냉장고 청소까지. 또, 가구배치를 후다닥 하시더라. 우리 집이 이렇게 넓었던가. 이제 아기는 이모와 함께 지내야 하니까, 하는 생각에 아기를 맡기고 남편과 할인점에 갔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우리가 떠난 후 두 시간 내내 아기가 울었다고 했다. 너무 울어서 이모가 겁이 났다고 했다. 처음엔 원래 이런가? <BR><BR>그 다음날, 아기 낮잠을 재워놓고 잠시 치과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또 백화점에도 좀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 동안 아기랑 낮도 익히고 지내보라고. 네 시간 후 집에 돌아오니 이모가 얼굴이 파랗게 되어 있었다. 아기는 울고 있었다. 아기가 잠에 깨어나서 계속 울었다고 했다. 네 시간 내내 달래고 얼르고 업어주고 했다고 한다. 우선 아기를 달래고 우유를 먹였다. 울 아기가 쉽지 않군. <BR>한 시간 쯤 후에 이모가 폭탄선언을 했다. 아무래도 자긴 그만둬야겠다고. 울 아기가 엄마랑 떨어져본적이 없는 아이라, 돌보기가 어렵다고. 자기보다 더 기운차고 젋은 사람을 구하는게 좋겠다고. 아, 며칠 후면 출근해야 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이모를 달랬다. 애걸복걸하기도 하고, 며칠만 지나면 우리 아기 괜찮아질거란 말만 계속하면서. 그런데 이모는 주섬주섬 가방을 쌌다. 도저히 자신없다고. <BR><BR><BR>#5. 또 사람구하기 <BR><BR>아침에 일어나서 정신을 수습하고 또 인터넷에 공고를 올렸다. 빗발치는 전화, 전화. 그 전과 다르지 않았다. 이번엔 내 기대치도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좀 쉽지 않을까. <BR><BR>여섯번째 면접자가 중국동포로 교원생활을 30년 하셨다고 한다. 15년은 초등학교 교사로, 나머지 15년은 장학사로. 눈이 동그랗고 얼굴도 동그랗고 밝고 명랑해 보이신다. 가사일은 자신없지만, 아기돌보기는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아기 돌보기 경험도 있어, 두말 없이 내일 오시라고 했다. <BR><BR>#6. 장학사 이모와 두달 <BR><BR>이틀전의 선례가 있어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우리 아기랑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월요일 걱정스런 마음으로 출근했다. 퇴근해 보니, 아기가 웃고 있었다. 이모 말로는 아기가 하루종일 잘 지냈다고 했다. 한시름 놓인다. <BR><BR>그런데 처음 한달이 지나고 나서 슬슬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아기는 잘 지냈으나, 어른들이 문제다. <BR><BR>문제는 이모의 수다였다. 저녁에 아홉시 경 퇴근하고 나면, 이모는 나를 붙잡자마자 정신없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늘 우리 아기가 어쩌구 저쩌구. 내가 살던 심양에서는 어쩌구 저쩌구, 우리 남편이 어쩌구, 저쩌구. 하루종일 아기랑 집에 있었으니 얼마나 심심하고 고독했을까. <BR><BR>짬이 날수록 나를 붙잡고 하는 이모의 레퍼토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가정집에서 일하는 다른 교포 아줌마’ 이야기이다. ‘내가 아는 ○○는 강남 압구정동에서 일하는데, 한달에 180만원을 받는다고 하더라’, ‘잠원에서 일하는 내 친구네 사모님은 호텔에서 높은 분이라고 한다더라. 한달에 월급을 140만원 받는데, 그 집은 너무 잘 살아서 구두며, 옷이며, 선물도 너무너무 많이 한다더라’ ‘그 전 교대역 앞에서 내가 일하던 집은 집만 50평이라 참 넒었다. 그 집 아저씨는 한의사인데, 어쩌구 저쩌구.’ 은근히 월급 올려달라는 이야기 같아서 불편하다. 남편은 되도록 이모가 잠드는 시간 이후에 들어온다. 나도 처음엔 아기 생각에 어떻게든 일찍 들어가려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집에 들어가기 싫어졌다. <BR><BR><BR>#7. 이모의 폭탄선언1 <BR><BR>세 달이 채 안된 시점이었다. 그날 저녁 이모가 폭탄선언을 했다.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틀 전에 비자 연장신청을 해야 한다고 해서 금요일 조퇴까지 하면서 일찍 보내줬건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린가 싶었다. 중국으로 돌아간다고?? 우리 아기랑 한창 정 붙이고 잘 지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게 무슨 일이람? <BR><BR>우선은 이모를 달래기로 했다. 무슨 섭섭한 일이 있으셨는지? 일이 힘들었는지? 대우가 안 좋았는지? 그러면서 월 6일 쉬는 날을 월 8일로 해 드릴테니 조금만 더 계시라고 했다. 가사일도 신경쓰지 말고 그냥 아기랑 노시라고 했다. 이모는 아저씨랑 상의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몇 분 후, 그냥 우리 집에 계시기로 했다. 중국에 가는 일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BR><BR><BR>#8. 이모의 폭탄선언2 <BR><BR>첫 번째 폭탄선언이 있고나서 3주후. 그 동안 우리 둘은 잘 지냈다. 서로 예의를 갖추어가며. 그런데 이모가 또 폭탄선언을 했다. 이번엔 진짜다. 이모 시아버지가 위독하셔서 구정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단다. 그래서 한달 예정으로 중국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단다. 한달 동안 내가 참아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람을 구하라고 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지만, 이번엔 조용히 보내드려야 할 것 같다. 그럼 우리 아기는 어떻게 할까. 내가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우리 아기는 자라는 동안 아마 몇 번의 환경변화를 겪어야 할 것 같다. 겨우 세 달이 지났는데, 만신창이가 된 기분이다. 아기와 가까워졌다는 점-그래서 아기엄마가 꼼짝 못한다는 걸 알고 휘두르는 사람들이 밉다. 아마도 그 쪽 세계(입주 탁아모)에선 비법으로 전수되어 오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BR><BR>[출처: 한겨례]<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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